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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 Contents LAB/Social Media MKT

기업 마케팅의 첨병, 블로그 콘텐츠

우리나라에 블로그가 본격적으로 보급된지 5년.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탈이나 전문 회사마다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 이미 오래 전에 네이버와 다음은 자사의 블로그가 2천만개를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 이미 국민 한 사람이 한 개의 블로그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블로그 열풍이 뜨겁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겠지만 기업들도 이 열풍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블로그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블로그가 미디어라는 오묘한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블로그를 통해 말할 수 있고, 누구나 이 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정보의 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게다가 블로그 시장이 커지면서 '다음 블로거뉴스'를 중심으로 소위 '방문자 폭탄'을 일으켜주는 메타 블로그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블로그의 위력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기업의 메시지를 담는 마케팅이 변화했다

블로그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게 되면서 기업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케팅 방식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주요 신문과 방송만 관리하면 적당히 여론을 조절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여론을 조절할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빠른 속도로 복사, 전파되는 수 많은 블로그를 막을 방법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기업 총수의 보복 폭행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다. 처음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 사건이 블로그를 통해 끊임없이 퍼지면서 결국 대기업 총수는 구속되고야 말았다. 어쩌면 일부 언론을 조절하면서 쉬쉬할 수 있었을 텐데, 블로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는 도저히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한 쪽면만 보면 이런 블로그의 영향력 증대가 기업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지만, 반대 입장에서 보면 이것처럼 좋은 기회가 없다. 문턱이 높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 언론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기업의 이야기를 들려줄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는 기업 스스로 언론을 거치지 않고 기업의 이야기를 독자적으로 만들어 전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업들이 메시지 마케팅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면서, 기업 블로그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연하게 블로그를 만들어 둔 기업들은 금새 또 다른 장애물에 부딪히게 됐다. 막상 블로그만 만들면 기업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이야기를 전달할만한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부족하다 보니 기업들은 보도자료를 그대로 올리거나, 브로셔 등에서 사용했던 홍보 문구 정도의 콘텐츠를 계속 배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만 대변하는 이런 콘텐츠로는 고객의 관심을 끌어낼 수가 없었다. 고객들은 기업 블로그에서 고개를 돌렸고, 기업 블로그를 스팸 블로그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결국 많은 기업들의 블로그는 스팸처리 되고, 하루 몇 십 명의 방문자만 찾아오는 쓸쓸한 블로그가 되고 말았다.

고객의 관심을 바로 공략하다

2007년 가을, 김치블로그를 운영하는 한울은 한 건의 기획 콘텐츠를 발표하게 된다. 2007년은 비가 잦고 기온이 낮아 배추를 비롯한 채소의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해였다. 때문에 김장철을 앞두고 채소 값이 폭등했으며 배추 한 포기에 3천원에 이르는 웃지 못할 일이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김치를 사 먹는 것보다, 담가 먹는 것이 훨씬 더 높은 비용이 들게 됐다. 단순히 채소와 양념 값만 더해도 사 먹는 김치 값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었으니, 거기에 김치를 담그는 노력에 대한 비용은 말할 것도 없었다. 소비자들은 김치가 너무 비싸다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실제 시장 상황과 사 먹는 김치의 가격을 비교한 '포장 김치가 담가먹는 김치 보다 싸다'는 콘텐츠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목적은 두 가지다. 사 먹는 김치가 비싸다는 고객들의 오해를 해소시키고, 채소 값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김치를 조금이라도 싸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공지하며 이를 통해 중장기 적으로 자사의 매출을 상승시키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이 콘텐츠는 다음 블로거뉴스에 걸리면서 치열한 찬반 논쟁을 겪었다. 김치는 문화 유산인데 어떻게 김치를 사 먹으라고 하느냐는 댓글부터 김치 팔겠다는 얘기 아니냐는 댓글과 몇 건의 악성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반면 맞벌이라 김치를 사 먹을 수 밖에 없고, 노동력에 비하면 김치를 사 먹는 것이 낫다는 댓글도 있었다.   

치열한 논쟁이 있었지만 이 날 하루, 한울은 자사 쇼핑몰에서 평소 평균 매출의 30배에 달하는 매출을 일으켜 쇼핑몰 개설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하게 됐다. 하 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채소 값과 집에서 김치 담가 먹는 수고를 고려해 보면 포장 김치가 오히려 싸다는 생각을 알리고, 이를 통해 장기적인 매출 상승이 있기를 희망했지만, 예상 밖으로 단기 매출이 급상승하게 된 것이다. 시기에 맞는 블로그의 콘텐츠와 메타 블로그를 통한 강력한 노출이 매출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치에 대해 다앙한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기업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한울 김치블로그  


블로그의 생명은 콘텐츠다

블로그는 단순한 도구일 뿐이다. 이런 블로그에 생명을 불어 넣고 고객과 호흡하게 만드는 것은 정성을 다하고 진실로 만들어진 콘텐츠다. 그러나 몇 몇 기업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직도 콘텐츠의 중요성을 모르는 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언론을 통해 배포된 보도자료, 그대로 스캔한 브로셔를 올려 놓고 고객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블로그는 독자의 반응을 먹고 사는 미디어인 까닭에 기업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전달해서는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콘텐츠를 써야 할 것인가. 방법은 어렵지만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신문이 판매 부수에 열광하고 방송이 시청률에 목매다는 것처럼 블로그는 잘 읽힐 만한 콘텐츠를 만들면 된다. 기업의 입장이 아닌 고객의 상황을 이해하는 콘텐츠, 무조건 기업에 유리하게 과장되이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담고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읽어서는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고, 고객이 원하는 것은 알지도 못한채 아무도 믿지 않을 기업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콘텐츠가 전부인 블로그는 절대로 깨어날 수 없다. 잠자는 공주를 깨우는 것이 왕자의 키스라면, 죽어있는 블로그를 살리는 것은 진정성 가득한 콘텐츠다.

레이 / 미디어브레인 이사 /

* 이 원고는 월간 IM 2008년 5월호에 투고된 기사의 원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