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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 Contents LAB/Social Media MKT

인터넷 쇼핑몰, 블로거와 소통하라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7년 인터넷 쇼핑몰 판매액은 약 16조원으로 2005년의 약 11조원에 비해 무려 5조원이나 늘어났다. 사실 예전의 성장세를 감안해 본다면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이 추세대로 나간다면 빠르면 올해, 늦어도 2009년까지는 인터넷 쇼핑몰 판매액이 백화점 판매액(2007년 기준 약 19조원)을 넘어설 전망. 1996년 6월 인터파크가 문을 열면서 시작된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의 역사는 불과 12년 만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당당히 쇼핑 산업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사실 인터넷 쇼핑몰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회의가 많았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어떻게 눈으로 보지 않고 물건을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점점 눈으로 보지 않고 물건을 사는데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도 몇몇 회의론자들은 반드시 입어보고 사야하는 옷 만큼은 절대로 인터넷에서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어디 그런가. 국내 오픈마켓 1위를 달리고 있는 지마켓은 주부들 사이에서 일명 '지부티끄'라 불리며 의류 판매의 신기원을 열었다.

반드시 입어보고야 사는 옷을 왜 사람들은 입어보지도 않고 사게 되었을까?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옷 사이즈가 표준화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똑같은 100 사이즈라고 해도 업체마다 사이즈가 들쭉 날쭉 해서 입어보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100 사이즈라고 하면 대부분 크기가 일정하다. 굳이 입어보지 않고도 사이즈를 짐작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그러니 모양새만 마음에 들면 사이즈 염려는 하지 않고 옷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이유는 고객 후기다. 옷을 산 수많은 고객들이 자신의 구매 경험을 아낌없이 쇼핑몰에 올리기 시작했다. 사이즈가 생각보다 커요, 작아요, 색상이 어때요 등등 수많은 후기들이 올라오면서 옷을 사려는 사람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후기는 옷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굳이 데이터를 들이밀지 않더라도 후기가 있는 상품과 없는 상품 중 어느 상품을 구입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고객 후기가 상품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시작하면서 쇼핑몰들은 어떻게든 고객들이 후기를 쓰게 만들려는 노력을 하게 됐고 판매 업체들은 속칭 알바(!)를 동원해 후기를 작성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문제는, 이렇게 후기에 관심이 쏠리면서 후기가 점점 제 구실을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쇼핑몰들이 어떻게든 후기를 받으려고 유도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일부 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제품을 산 사람 보다는 후기를 쓴 사람에게 포인트를 주기 시작했고, 고객들은 포인트를 얻으려고 뭔가 후기를 작성해야 했다. 문제는 그 시점이 제품을 구입하고 난 바로 다음 시점이라는 것이다. 고객은 상품을 받아서 이제 막 열어본 상태에 지나지 않는데 쇼핑몰은 고객에게 '포인트를 얻으려면' 후기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 쇼핑몰들의 고객 후기란 어떤가? 대부분이 배송이 빨라요, 좋아요, 아직 안 써봤지만~ 등등이다. 자발적으로 쓰지 않고 시스템에 의해 억지로 쓰기 시작한 후기에는 아무런 정보가 들어 있지 않다. 그나마도 유용성이 있다면, 후기를 쓴 사람들 만큼은 이 상품을 샀겠구나 하는 정도일게다. 아무래도 혼자 사는 것 보다는 여러 명이 샀다고 하면 위로가 될 테니까.

실상이 이렇게 되면서 쇼핑몰들은 나름대로 훌륭한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11번가만 보더라도 전문가 리뷰 코너 등을 통해 좀 더 질 높은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특별히 눈에 보이는 콘텐츠가 없긴 하지만.

그러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직접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기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기획, 생산, 관리 과정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게다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낸 콘텐츠는 고객들이 쉽게 외면한다. 장사를 하기 위해 만든 콘텐츠에는 등을 돌린다는 말이다.  

고객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콘텐츠는 필요하고, 쇼핑몰이 이를 직접 생산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자발적인 고객의 참여를 끌어 내자니, 그것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 상황이라면 방법은 하나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생산한 블로그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다.

블로그 콘텐츠가 가진 큰 장점은 고객이 자발적으로 생산한 콘텐츠라는 점이다. 누군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고 억지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껴서 써 낸 정보라서 단순한 후기보다 정보의 가치가 높다.

블로그 콘텐츠를 활용한다고 해서 그걸 그냥 가져다 쓰라는 얘기가 아니다. 요즘처럼 저작권이 민감한 시기에는 함부로 남의 콘텐츠를 가져다 썼다가는 큰일난다. 방법은 블로거들이 자발적으로 트랙백 등을 통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을 쇼핑 페이지에 링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적절한 보상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인터파크는 열린리뷰라는 코너를 통해 외부 블로거와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블로그 뿐 아니라 카페, 게시판 등에 있는 글을 링크할 수 있도록 하고 등록할 때마다 10포인트를 주긴 하지만, 아직 참여가 많지 않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글 주인이 아닌 누구라도 글을 등록할 수 있게 해 놨다. 소위 말하는 '펌'이 아니니까 '공유'라는 이름하에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겠지만 그래도 이건 쇼핑몰이다. 물건 판매에 이용한다는 말이다. 쇼핑몰에서 어떤 글을 주인의 허락도 없이 링크하는 것은 블로거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방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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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의 열린리뷰를 등록하는 화면. 글 주인이 아니어도 아무나 등록할 수 있다

쇼핑몰은 아니지만 최근 메타블로그 사이트인 블로그 코리아는 블로거들의 생생한 리뷰를 담아낼 블코리뷰룸을 개설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블로거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이 서비스의 기본 특징이다. 물론 블로거들의 리뷰를 모으기 위한 시도는 블로그 코리아가 처음이 아니다. 블로그 전문 서비스 기업인 이글루스는 렛츠리뷰를 운영하고 있고 네이버에도 리뷰로그가 있다. 이상하게도 이러한 블로거와의 소통이 쇼핑몰에 더 필요하고, 더 유리한데도 정작 쇼핑몰들은 블로거와의 소통에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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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리뷰로 구성된 이글루스의 렛츠리뷰

지금은 소통의 시대다.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해결하고, 내부에만 보유하려고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자유롭게 정보를 생산하는 블로거와 본격적인 소통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유통시키면서 상품의 가치를 올릴 때, 그 때가 바로 지금이다. 

레이 / 미디어브레인 이사 /

* 이 원고는 월간 IM 2008년 6월호에 투고된 기사의 원본입니다. 잡지에 실린 글은 지면 제약 때문에 편집된 부분이 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