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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 Contents LAB/Social Media MKT

블로거와 소통하는 기술

요즘 파워블로거들의 블로그 방명록에는 블로거 마케팅(블로그 마케팅이 아닌 블로거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업체 담당자들의 인사말이 넘쳐난다. "00 기업 홍보를 맡고 있는 AA사 누구인데요, 신제품 발표회에 모시기 위해 초대장을 보내드리려 하니 이메일 주소를 알려 주세요" 등등이 대부분이다. 어디서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방명록 글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블로그를 보는 기업들의 시각이 많이 달라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인텔과 소니는 최근 블로거를 대상으로 대단한 비용을 들여 별도의 행사를 열고 자사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열었는데 마치 기자들을 모아 놓고 행사를 하듯, 성대한 행사를 준비했고 식사까지 대접했다. 예산이나 규모 면에서 이렇게 성대한 행사를 준비하지 못하는 많은 기업들도 블로거들을 초청하거나 자료를 배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아직까지 체계적인 블로거 리스트를 만들지 못한 기업들은 일일이 파워블로거들을 찾아 다니며 방명록을 통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단적인 사례다.

기업 입장에서 블로그는 아직 메이저 미디어가 아닌 마이너 미디어이므로, 블로거를 활용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약간의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블로거들이 항상 기업에 좋은 얘기만 써준다는 보장도 없다. 블로거들은 이미 자유로운 글 쓰기에 충분히 익숙해 있고, 기업과 이런 저런 비즈니스 관계가 얽혀있는 기존 올드 미디어들과 달리, 기업에 대해 두려울 것(!)이 별로 없으므로 자신의 의사를 가감없이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강제성이 없으므로, 받을 것은 다 받고 실제로 글을 쓰지 않는 경우도 꽤 많다. 단기적으로 투자는 일어났는데, 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블로거 마케팅이 확산되면서 블로거들이 원고료나 광고비 명목으로 비용을 받고 움직이는 사례도 계속 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 비용 대비 효과를 기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블로거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려면 블로거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접근해서는 안된다.

블로거 마케팅에서는 무엇보다도 블로거가 생산할 정보의 가치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어야 한다. 정보의 확산, 혹은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이름 하에 기업이 생산한 정보를 그대로 복사해서 퍼뜨리는 일에 중점을 두는 일도 때론 필요하겠지만, 의미 없는 복제 보다는 블로거가 그 가치를 재생산하고 기업에 우호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에 더 큰 무게를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블로거 섭외부터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트래픽이 높은 블로그라고 해서 무조건 섭외할 것이 아니라 그 블로그에서 기업이나 상품에 대해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지 사전에 분석해야 한다. 마케팅 하려는 상품에 대한 이해가 높은 블로거일 수록 정확하고 의미있는 정보를 생산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블로거 입장에서도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에 반응하기 쉽지, 관심도 없는 분야에는 반응할 이유가 없고 혹 반응한다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방명록에 기재된 기업 담당자들의 접근 방식이 아쉬운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내 블로그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어떤 것인지는 알아보지도 않은 채, 복사한 문구로 도배된(심지어는 닉네임마저 틀린) 무성의한 초대글을 보게 될 때 블로거가 느끼는 감정이란 솔직히 좀 불편하다. 블로거는 단순히 정보를 복제 생산하는 존재가 아니다. 의도한 대로 정보를 담아주는 블로거를 찾으려면 차라리 바이럴 업체를 찾아가는 편이 좋을 것이다. 블로거를 통해 의미 있는 정보를 생산하고 그 정보가 또 다시 특별한 의미로 거듭나는 순환 효과를 생각한다면, 블로거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블로거와 소통하는 기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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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가 생산하는 정보의 가치를 미리 잘 살펴보는 것이 좋다.

얼리어답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 수퍼어답터.

* 이 원고는 월간 IM 2008년 8월호에 투고된 기사의 원본입니다. 잡지에 실린 글은 지면 제약 때문에 편집된 부분이 좀 있을 수 있습니다 ^^